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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Dr.Cho

신종세균과 미생물 명명법, 경향신문




신종 세균 발견자가 작명 ‘출생부’ 등록

페이스북 공유하기트위터 공유하기공유 더보기입력 : 2004.10.24 17:27인쇄글자 작게글자 크게

최근 한국 과학자들이 신종 세균을 잇달아 발견하면서 익숙지 않은 세균의 이름이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8월 재미 과학자 조장천 박사가 ‘렌티스페레’라는 새로운 문(門)을 발견한 데 이어 최근 국내 과학자들이 남극에서 발견한 세균에 세종기지 조난사고로 숨진 전재규 대원의 이름을 붙였다. 세균의 이름은 발견자가 마음대로 지어도 되는 것인지, 어떤 과정을 통해 공인받는 것인지 알아보자.

📷◇세균도 출생부에 등록=미생물의 이름도 린네식 분류법을 따른다. 보통 속명과 종명을 라틴식으로 이름붙여 부르게 된다.

서울대 천종식 교수팀이 남극에서 발견한 ‘세종기아 전니아이’(Sejongia jeonii)는 ‘세종기아’가 속명, ‘전니아이’가 종명에 해당한다. 앞서 설명한 대로 속명은 세종기지에서, 종명은 전재규 대원의 성(姓)에서 따왔다.

세균의 이름은 원칙적으로 발견자가 원해는 대로 지을 수 있다. 아이가 출생하면 부모가 아이 이름을 지어 동사무소에 출생신고를 하듯이 발견자가 이름을 지어 국제위원회에 이를 등록한다.

보통 세균의 색깔, 모양, 발견지 등을 고려해 이름을 붙이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조박사는 자신이 발견한 세균에 적절한 이름(렌티스페라 아라네오사)을 찾기 위해 라틴어사전, 그리스사전을 새로 구입하고 1주일 동안 고심끝에 만들어냈다고 한다. 조박사는 “한번 이름을 붙이면 영원히 남기 때문에 솔직히 아이 이름 짓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고 전했다.

적절한 이름을 만들어 국제미생물학회연합(IUMS) 산하의 원핵생물계통분류위원회에 보내면 분류위원회는 이를 라틴어 어미를 붙여 공포한다. 국제미생물학회연합은 두달에 한번씩 새로 발견된 미생물의 이름을 전세계에 고지하고 있다.

새로 발견된 세균은 전세계 세균은행 중 2군데에 보관해야 한다. 만약 불이 나거나 전쟁 등으로 보관된 세균이 소실되면 세균의 이름은 ‘출생부’에서 삭제된다.

📷◇신종 세균이 많은 이유=동물이나 식물은 이미 예전부터 사람들이 그 이름을 붙여왔다. 반면 미생물의 경우 발견된 역사가 짧으며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이름을 붙이기는 힘들다. 현재 국제위원회에 정식으로 등록된 세균 이름은 5,000개 정도. 그러나 자연계에는 아직 수천종의 세균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앞으로 발견될 신종 미생물은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두달에 80여개의 신종세균이 발견되고 있다.

우리가 아는 세균 중 발견자의 이름을 딴 것이 많다. 예를 들어 1896년 일본의 세균학자 시가가 발견한 ‘시겔라’, 러시아의 옐친 박사가 발견한 ‘옐치니아’ 등. 최근 우리나라 학자들의 연구활동이 늘어나 국내 학자들의 이름을 딴 세균도 많이 생겼다.

‘강기엘라 코리엔시스’(강국희 성균관대 교수), ‘하헬라 강화니시스’(하영칠 서울대 명예교수), ‘홍기엘라 할로필라’(고 홍순우 서울대 교수), ‘카이스텔라 코리엔시스’(카이스트에서 발견) 등이다.

그러나 최근 국제미생물학회에서는 어려운 지명이나 사람 이름보다는 미생물의 특징을 잘 살릴 수 있는 이름을 붙이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천종식 교수는 “사람의 이름을 붙일 때는 세균학자로서 업적이 훌륭하거나 과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사람으로 한정해야 한다”며 “최근 발견되는 신종 세균의 20%가 한국 사람들에 의해 발견되는 것이므로 한국인의 기여도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은정 과학전문기자 e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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